언어의 온도 / 이기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나를 용서해야 하는 이유

 ‘굿 윌 헌팅이란 영화를 보았다.
 타고난 광대였던 로빈 윌리엄스가 숀 맥과이어라는 심리학 교수로 나온다. 숀 교수는 유년 시절의 상처로 방황하는 수학 천재 윌의 마음을 열기 위해 애쓴다. 숀은 자책과 분노로 똘똘 뭉친 윌을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이는 숀이 들려주고 싶었던 유일한 문장인 동시에 윌이 듣고 싶어 한 유일한 문장이었다. 윌은 숀의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이런 멋진 대사를 선물한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던 날, 나는 몇 가지의 인생의 아이러니를 떠올렸다.
 우울한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위로한 사람도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질 수도 있다는 것, 인생의 바다에선 누구나 한 번쯤 길을 잃는다는 것,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어쩌면 수많은 윌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것. , 어쩌면 우리 모두일 수도 있을 테고.

 가끔 삶이 버겁거나 내가 느끼는 죄책감이 비겁함으로 둔갑하려는 순간마다 나는 숀 교수가 들려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곤 한다.
 그러면서 하릴없이 되뇐다.
 살면서 내가 용서해야 하는 대상은 이 아니라 인지 모른다고.

 우린 늘,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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